9월 26일, 2년 만에 포항 팁런을 탔습니다. 결과는 고구마 1마리, 감자 1마리. 장원도 7~9수 정도였으니 배 전체가 고전한 날이었어요.
그런데 집에 와서 조황을 모아 보다가 할 말을 잃었습니다. 같은 날 같은 포항에서 나간 다른 배는 선내 224마리였거든요. 그 주 포항은 9월 24일 180수, 26일 224수, 28일 250수로 시즌 최고 흐름이었고요.
같은 바다, 같은 날, 같은 수온(24.2℃)인데 왜 이렇게 갈렸을까. 그 답을 찾으려고 올해 모아 둔 무늬오징어 선상 조황 365건을 다시 꺼냈습니다.
데이터는 이렇게 모았어요
- 기간: 2026년 8월 2일 ~ 10월 13일
- 자료: 네이버 밴드에 선장님들이 올린 무늬오징어 선상(팁런·에깅) 조황 글 365건. 동해 211건, 남해 148건
- 수온: Open-Meteo 해양모델의 일평균 표층수온. 출항 항구 앞바다 기준
- 등급: 글에 적힌 마릿수와 분위기를 보고 상(호황), 중, 하(저조·꽝)로 나눴어요
"수온 몇 도에서 잘 나오나"는 네이버 블로그에 1탄으로 정리했어요. 결론만 말하면 동해는 24~26℃에서 호황 비율이 가장 높았고, 남해는 수온과 상관없이 꾸준했습니다. 이번 글은 그 데이터를 다른 각도로 봤어요. 수온이 몇 도냐가 아니라 오르고 있냐 내리고 있냐, 그리고 호황 여부가 아니라 실제 마릿수로요.
1. 올해 시즌은 이렇게 흘러갔어요
먼저 주차별 흐름부터 보세요. 파란 막대가 동해, 초록 막대가 남해입니다.
주차별 호황 비율: 동해(파랑) vs 남해(초록)
| 8/3주 | 동해 호황 33% (6건, 평균 수온 28.0℃) 남해 호황 50% (2건) |
| 8/10주 | 동해 호황 27% (15건, 평균 수온 26.3℃) 남해 호황 92% (13건) |
| 8/17주 | 동해 호황 12% (26건, 평균 수온 27.2℃) 남해 호황 56% (18건) |
| 8/24주 | 동해 호황 0% (14건, 평균 수온 26.7℃) 남해 호황 60% (15건) |
| 8/31주 | 동해 호황 0% (2건, 평균 수온 25.8℃) 남해 호황 67% (12건) |
| 9/7주 | 동해 호황 29% (7건, 평균 수온 24.5℃) 남해 호황 52% (25건) |
| 9/14주 | 동해 호황 15% (13건, 평균 수온 24.1℃) 남해 호황 68% (22건) |
| 9/21주 | 동해 호황 43% (37건, 평균 수온 24.0℃) 남해 호황 59% (22건) |
| 9/28주 | 동해 호황 34% (38건, 평균 수온 23.3℃) 남해 호황 73% (11건) |
| 10/5주 | 동해 호황 33% (46건, 평균 수온 22.3℃) 남해 호황 75% (8건) |
| 10/12주 | 동해 호황 17% (6건, 평균 수온 22.8℃) |
호황 비율 = 그 주 조황 글 중 "상" 등급 비율. 건수가 2건 미만인 주는 뺐어요. 10/12주는 13일까지만 반영.
8월 동해는 처참했어요. 8월 24일 주는 수온이 26.7℃였는데 14건 중 호황이 한 건도 없었습니다. 제가 8월에 강릉 갯바위에서 고생했던 것도 딱 이 시기였어요. 당시 기록은 강릉 무늬오징어 조행기와 태풍 후 호조황을 기대했지만에 남겨 뒀습니다.
동해가 살아난 건 평균 수온이 24℃ 언저리로 내려온 9월 21일 주부터예요. 37건 중 호황 43%로 시즌 최고를 찍었습니다. 남해는 8월 내내 50~90%대를 유지하다가 10월 들어 출조 자체가 줄었고요.
2. 수온이 "오를 때" 동해는 죽었어요
이번에 새로 따져본 부분입니다. 조황 날짜 기준으로 3일 전 수온과 비교해서, 0.7℃ 이상 오른 날, 내린 날, 변화가 거의 없던 날로 나눠 봤어요.
동해: 3일 사이 수온 변화별 호황(파랑)과 저조·꽝(빨강) 비율
| 수온 오르는 중 | 호황 16% (3/19건) 저조·꽝 42% (8/19건) · 3일 전보다 0.7℃ 이상 상승 |
| 변화 없음 | 호황 28% (49/176건) 저조·꽝 29% (51/176건) · ±0.7℃ 안쪽 |
| 수온 내리는 중 | 호황 40% (6/15건) 저조·꽝 33% (5/15건) · 3일 전보다 0.7℃ 이상 하강 |
수온 변화는 출항 항구 앞바다 해양모델 수온 기준. 오르는 중·내리는 중은 표본이 각각 19건, 15건이라 참고용으로 봐주세요.
수온이 오르는 중이던 날은 19건 중 호황이 3건(16%)뿐이고, 저조·꽝이 8건(42%)이었습니다. 조황이 가장 나빴어요.
반대로 수온이 내리는 중이던 날은 호황이 40%로 가장 높았어요. 다만 꽝도 33%라서, 터지는 날과 죽는 날이 확실히 갈리는 "도박 구간"에 가까웠습니다.
왜 그럴까요? 여기서부터는 제 추측이에요. 동해에서 며칠 사이 수온이 확 오르는 건 대개 바람 방향이 바뀌면서 따뜻한 표층수가 밀려 들어올 때예요. 물이 바뀌는 그 며칠은 무늬도 자리를 못 잡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. 바람이 바닷물을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에크만 수송 글에 따로 정리해 뒀어요.
표본이 각각 19건, 15건이라 단정하긴 이릅니다. 그래도 "오늘 수온 몇 도"만 볼 게 아니라 지난 사흘 동안 수온이 어느 쪽으로 움직였는지도 같이 보는 게 맞다는 건 분명해 보여요.
3. 마릿수로 보면 그림이 또 달라요
호황 비율은 "잘 나온 날이 얼마나 많았나"예요. 실제로 몇 마리 나왔는지는 따로 봐야 합니다. 조황 글에 숫자가 적힌 것만 모아서 동해 수온 구간별 중앙값을 냈어요.
동해: 수온 구간별 마릿수 (중앙값)
| 22℃ 미만 | 배 전체 마릿수 중앙값 23마리 (12건) 장원 중앙값 15마리 (3건) |
| 22~24℃ | 배 전체 마릿수 중앙값 75마리 (40건) 장원 중앙값 17마리 (21건) |
| 24~26℃ | 배 전체 마릿수 중앙값 60마리 (22건) 장원 중앙값 20마리 (14건) |
| 26~28℃ | 배 전체 마릿수 중앙값 45마리 (12건) 장원 중앙값 12마리 (11건) |
조황 글에 숫자가 적힌 건만 계산했어요. 28℃ 이상은 숫자 있는 글이 4건뿐이라 뺐어요.
배 전체 마릿수는 22~24℃ 구간이 75마리로 가장 많았어요. 24~26℃는 60마리, 26~28℃는 45마리로 줄어들고, 22℃ 아래로 가면 23마리로 뚝 떨어집니다.
호황 비율은 24~26℃가 제일 높았는데, 마릿수 중앙값은 22~24℃가 더 높았다는 게 재밌는 부분이에요. 수온이 22℃대로 내려온 뒤에도 포항에서는 10월 10일(22.5℃) 300수, 12일(23.1℃) 250수 같은 큰 조황이 이어졌습니다. 1인당 기준인 장원 중앙값은 24~26℃가 20마리로 가장 높았고요.
정리하면 동해 무늬의 명당 수온은 대략 22~26℃, 올해 데이터로는 그중에서도 26℃ 위에서 식어 내려와 24℃ 전후에 머문 시기가 가장 좋았습니다.
4. 그럼 9월 26일의 저는 왜 망했을까요
데이터로만 보면 그날 포항은 완벽했어요. 수온 24.2℃에 3일 동안 변화도 거의 없었습니다. 실제로 같은 날 다른 배는 224마리를 했고요.
제 배를 갈라놓은 건 수온이 아니었어요.
- 너울 1m: 전날까지 장판이던 예보가 당일 아침 너울 1m로 바뀌었어요. 팁런은 손에 느껴지는 무게 변화로 입질을 잡는 낚시인데, 배가 들썩일 때마다 무게감이 같이 변해서 입질인지 너울인지 구분이 안 됐습니다. 45g까지 올려도 바닥 잡기가 버거웠어요.
- 비: 첫 마리를 올리자마자 비가 쏟아졌고, 그 뒤로 입질도 씨알도 확 줄었습니다. 비옷도 안 챙겨 갔고요.
- 2년 묵은 세팅: 끝을 5cm 잘라낸 솔리드 팁 로드에 권사량이 안 맞는 릴을 달았고, 너울에 강한 긴 SMT 로드는 차에 두고 내렸어요.
그래서 제 결론은 이렇습니다. 수온은 "어디로 갈지"를 정하는 데이터고, 너울과 비는 "그날 잡을 수 있을지"를 정하는 데이터예요. 둘 중 하나만 보면 저처럼 됩니다.
5. 다음 동해 출조 전에 이 순서로 보세요
- 수온: 22~26℃ 안에 있는지 확인하세요. 26℃가 넘으면 동해보다 남해가 나았습니다.
- 수온 방향: 최근 3일 동안 오르고 있다면 한 번 더 고민하세요. 올해 데이터에서는 꽝 확률이 가장 높은 조건이었어요.
- 너울: 국내 예보만 보지 말고 일본 기상청 파고 예보까지 같이 보세요. 남쪽 먼바다 너울은 시차를 두고 들어옵니다. 저는 블로그 사이드바에 위젯으로 달아 두고 봐요.
- 비: 파도만 보고 비 예보를 놓치지 마세요. 그리고 비옷은 태클박스에 상시 보관입니다. 이건 저한테 하는 말이에요.
데이터를 볼 때 참고하세요
- 수온은 실측이 아니라 해양모델 값이에요. 배가 실제로 들어간 포인트와는 1~2℃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.
- 선장님들은 잘 나온 날 위주로 조황을 올리는 경향이 있어요. 비율은 절대값보다 구간끼리 비교하는 용도로 봐주세요.
- 상·중·하 등급은 글 내용을 보고 제가 나눈 거라 약간의 주관이 들어가 있어요.
- 남해는 24℃ 아래 기록이 거의 없어서 이번 분석에서는 동해 위주로 봤습니다.
시즌이 끝나면 10월 후반 데이터까지 더해서 "수온이 몇 도 아래로 내려가면 동해 시즌이 끝나는지"를 따져볼 생각이에요. 궁금한 지역이나 조건이 있으면 댓글로 남겨 주세요.


댓글 없음:
댓글 쓰기